1. 작은 차이가 큰 파장을 몰고 오다
영화 나비효과는 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나비의 날갯짓처럼 사소한 차이가 예측 불가능한 큰 사건을 가져올 수 있다는 현상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입니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는 이미 여러 콘텐츠에서 쓰인 적이 있지만, 사건의 전개가 주인공의 선택에 따라 계속 극적으로 변하였기 때문에 영화의 몰입력이 뛰어났습니다.
주인공인 에번은 어린 시절 특정 사건의 기억을 잃곤 했습니다. 그래서 일기를 꾸준히 써 왔는데, 이 일기 덕분에 해당 기억들을 되살리는 방법을 알아냅니다. 나이가 들고 대학생이 되면서, 일기를 읽으면 과거로 되돌아가 잃어버렸던 사건들을 다시 한 번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알고 보니 블랙아웃 즉 기억 상실은 대부분 에번에게 고통스러운 사건들이었습니다. 친구가 크게 다치거나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등 불행한 과거의 기억을 여행한 에번은 이 모든 것을 바꾸면 미래에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과거 사건을 되돌리려 노력합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모든 것은 악화되며 걷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워집니다.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친구 케일리가 바뀌어버린 과거로 인해 죽음을 맞거나, 에번 자신이 크게 다치고 수감되는 등의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러한 여행 끝에 에번은 자기 자신이 모두의 삶을 망치고 있음을 깨달았고, 과거로 돌아가 친구들과의 관계를 차단합니다. 그가 친구들을 밀어냄으로써 결과적으로 모두가 평범하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에번은 친구들과의 추억을 잃어버렸지만, 그의 희생으로 모두가 비극을 겪지 않고 유년 시절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2. 한 번의 선택이 삶에 미치는 힘
이 영화는 선택과 결과의 연속으로 이루어집니다. 에번의 선택은 친구들의 목숨까지도 바꿔놓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스토리는 인간의 선택이 어떤 파장을 미치게 되는지 절실히 깨닫게 만듭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결정에 지나치게 연연할 필요가 없음을 시사합니다. 에번이 과거에 집착하고 급기야 과거로 돌아가 친구들과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 최선의 결정을 했지만, 오히려 결과는 더 큰 불행을 낳았습니다. 에번이 자신의 초능력을 몰랐던 처음의 상황이 가장 나았을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종종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고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날아가 실수를 바로잡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또다른 선택이 낳게 될 파장과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이미 벌어진 상황 자체에서 문제를 찾기보다는 마음가짐을 바꾸고 현재를 수용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비극을 면할 수 없는 에번의 모습을 보면서 운명과 의지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미래를 인지한 상태에서 과거를 바꾸는 선택을 하는 것은 순전히 자기 의지로 보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 선택이 후회만 안겨 주었고, 에번은 나머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킵니다. 어떤 결정을 하건 누군가의 불행으로 이어지는 영화의 흐름은 에번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음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3. 완벽한 해피엔딩은 없다
여러 드라마나 영화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을 보여주며 보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주곤 합니다. 현실의 삶도 그렇게 끝날 수만 있다면 좋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로 가득합니다. 완벽한 하루를 위해 열심히 계획을 세워도 갑작스러운 외부의 상황으로 계획을 바꾸거나 취소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물며 24시간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데, 삶은 어떨까요?
영화 나비효과는 인간이 완벽하고 문제 없는 삶을 추구할수록, 외부 세계와의 갈등은 더 심화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모두의 행복을 추구한 에번의 의도는 좋았으나, 이것이 어떤 한 사람을 구하려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길로 이어지면서 윤리적으로 정당화하기 어려운 면을 강조됩니다. 결과적으로, 인생의 모든 요소를 통제하려 들지 말고 세상의 불완전한 면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콘텐츠에서 작위적인 해피엔딩의 결말보다 비극이 섞인 현실적인 결말이 기억에 더 잘 남는 이유도 후자가 우리의 삶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