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웅 설화 같은 이야기
디즈니의 명작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라이온 킹은 아프리카의 자연 환경을 배경으로, 사자가 주인공이 되어 등장한 영화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이자 사자인 심바는 아버지 무파사와 어머니 사라비를 두고 있는, 유망한 왕위 후계자입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모든 동물들이 심바의 탄생에 기뻐하고 축복하는 모습입니다. 단 한 마리의 사자 스카만이 여기에 동조하지 못합니다. 스카는 무파사의 동생으로, 왕위를 탐내며 심바의 존재를 탐탁지 않게 여깁니다. 이후 스카는 심바를 고의적으로 위험에 처하게 만들고, 무파사가 그를 구하러 가게 합니다. 그러던 중 스카는 계략을 세워 무파사를 죽게 만듭니다. 그러면서 심바에게는 심바 본인의 탓으로 아버지 무파사가 죽은 것이라고 누명을 씌우며 떠나게 만듭니다. 이 방법으로 스카는 왕위를 얻게 됩니다. 왕국을 떠난 심바는 티몬이라는 미어캣과 품바라는 멧돼지를 만나 서로 친구가 됩니다. '하쿠나 마타타' 철학에 따라 한동안 평안한 삶을 살게 되었지요.
그러던 중 심바는 자신의 친구였던 암사자 나라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스카가 왕이 된 이후 폭정으로 인해 왕국이 위험에 처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심바는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자신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러나 이내 각성하여 스카를 직접 대면하였고, 용기 있게 맞서며 물리쳤습니다. 스카는 자신을 따르던 하이에나 떼에 배신을 당하여 죽게 됩니다. 이후 심바는 왕이 되어 다시 평화로운 질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심바와 나라의 자식인 새끼 사자가 태어나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이렇듯 영화는 주인공과 적, 조력자, 연인 등으로 구성되며 전형적인 영웅설화를 따라가고 있지만, 아프리카 초원이라는 배경 때문인지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2. 용기, 성장, 순환이라는 핵심 메시지
이 영화를 세 가지 단어로 표현하면 용기와 성장, 그리고 순환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심바는 자신의 아빠 무파사에 대한 죄책감을 더 이상 회피하지 않고 직시했습니다. 그럼으로써 용기 있게 적대자 스카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의 상처를 딛고 한 발짝 성장하는 모습 역시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요 메시지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순환은 무파사와 사라비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 사자 심바가 성장하여 나라와 새로운 자식을 갖는 모습에서 잘 드러납니다. 영화의 OST인 'Circle of Life'가 아직까지 인기 있는 영화 음악인 이유도 이 핵심 가치를 제대로 녹여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자업자득, 권선징악의 메시지도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심바와 무파사를 위험 속으로 몰아넣은 영화 속 적대자 스카의 모습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무파사를 배신했던 스카가 영화 말미에 본인을 따르던 하이에나에게 배신당하며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선과 정의를 상징하던 심바는 원래의 왕좌 자리를 되찾고 모두에게 존경을 받습니다. 이렇게 선과 악의 구도가 뚜렷하게 갈라지기에 성인의 입장에서는 뻔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확실한 메시지와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하쿠나 마타타, 긍정적인 삶의 태도는 좋지만
이 영화의 중반부에서 티몬과 품바가 강조하는 삶의 태도 중 하나가 바로 '하쿠나 마타타'입니다. 스와힐리어로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무파사의 죽음으로 인한 심바의 괴로움을 덜어주는 데 큰 영향을 준 문장입니다. 과거에 발생한 일은 전부 지나간 것이니 잊어버리고 현재에 집중하자는 의미를 답고 있습니다. 이 철학에 따라 청소년기의 심바는 왕위 후계자로서의 무게를 내려놓고 자유와 평화가 가득한 삶을 누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회피와 방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영화 내에서도 심바가 왕국의 지도자로서 과거의 상처를 직면하고 모두를 구하기 위해 책임을 져야 함을 암시합니다. 아무리 현재 상태가 자유롭고 편안하더라도 진실과 책임을 외면하는 중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행복과 성장으로 이르는 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보는 태도는 정신건강에도 이롭고 스트레스로 가득 찬 삶을 이겨내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성숙한 자아를 위해서는 인고의 시간도 견뎌낼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이처럼 라이언 킹은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가치들을 잘 담고 있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