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시카고(Chicago) 날카로운 현실 풍자 영화

by 크라운 2025. 1. 7.

1. 끝없는 탐욕과 성공에 대한 집착

2002년 개봉한 영화 시카고는 1920년대의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시의 시카고는 물질과 돈, 향락이 전부인 지역이었습니다. 주인공 록시는 유명한 스타가 되는 것을 꿈꾸어 왔지만 그녀의 삶과 환경은 너무나 평범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록시는 그녀를 유명하게 만들어주겠다며 접근한 남자 프레드에게 속게 되고, 여기에 분노하여 우발적으로 그를 총으로 쏴 죽입니다. 그녀는 살인 혐의로 체포되었으나 유명 변호사 빌리를 고용해 죄를 벗었습니다. 게다가 빌리는 언론을 잘 이용해 록시를 인기 있는 스타로 만들어주었습니다. 한편 인지도 높은 댄서였던 벨마 역시 여동생과 남편을 살해한 죄로 수감된 상태였는데, 록시가 모두에게 관심을 받자 질투를 느낍니다.
록시는 재판에서 자신이 무죄라고 주장하였고, 많은 사람들과 배심원들이 그녀의 연기에 속으면서 풀려나게 됩니다. 출소 후 훌륭한 스타가 되리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대중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이에 록시는 라이벌로 여겼던 벨마와 협력하여 한 팀으로써 공연하게 되었고, 다시 많은 인기를 얻게 됩니다. 영화는 뛰어난 OST와 연출을 통해, 또 뮤지컬 형식을 통해 캐릭터와 인물의 행위를 아름답게 포장하였으나, 좀 더 면밀하게 바라보면 끊임없는 욕심과 출세에 집착하며 도덕과 법을 무시하는 비정한 인간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2. 영화를 통해 보는 1920년대의 시카고

영화 제목부터가 '시카고'이고, 모든 캐릭터가 이 지역 내에서 활동하기에 시카고라는 도시에 주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듭니다. 왜 많고 많은 지역 중에서도 도덕이 결핍된 공간으로 1920년대의 시카고를 택했을까요? 시카고는 산업화로 고속 성장을 이룬 도시였고, 그에 따라 많은 이주민들이 돈을 벌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빈부격차와 인권의 침해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1920년부터 미국에서는 알코올을 제조하거나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금주법이 시행됐는데, 교통과 접근의 편리성으로 인해 시카고는 여러 갱들이 불법으로 술집을 운영하고 밀주를 만드는 주요 지역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즉 범죄의 온상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한편, 시카고의 다양한 인종의 융합과 기술 발전은 새로운 문화와 유행을 빠르게 전파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재즈 및 블루스를 들 수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댄스와 사교파티가 매일같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시기의 여성들은 기존의 여성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단발머리와 짧고 단순한 치마 등의 특징을 지닌 플래퍼 스타일을 추구했습니다. 보다 자유롭고 전통보다 쾌락을 쫓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의 뉴스 매체들은 자극적인 언론 보도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며 시민들의 합리적인 상황 판단 능력을 빼앗았습니다. 이렇듯 1920년대의 시카고는 범죄와 부정부패가 만연한 지역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새로운 흑인 문화와 재즈, 패션 등의 혁신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광란의 20년대만의 매력을 드러냄과 동시에 산업화의 폐해를 풍자하기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3. 100년 전과 지금, 미디어에 세뇌된 사람들

영화 시카고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미디어의 장악력입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통해 록시의 살인 혐의부터 수많은 거짓말이 대중에 전해졌고, 이는 록시의 명성을 널리 퍼뜨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언론의 특성, 즉 사실을 편집하고 재단해 보다 말초적인 이야기를 내보내는 성질을 매우 잘 보여줍니다. 특히 변호사 빌리는 언론의 이러한 힘을 잘 알고 있어 록시를 일약 스타로 올라갈 수 있게 만듭니다.
영화 시카고가 경고한 언론의 파급력은 1920년대로부터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유효하게 작용합니다. 오히려 미디어의 힘은 더 세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술 발달로 기존의 매체였던 신문과 라디오, 텔레비전은 힘을 많이 잃었지만, 누구나 휴대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새로운 미디어로 부상하였습니다. 스마트폰은 SNS와 결합하여 대중으로 하여금 더 빠르게 소식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누구나 정보를 만들고 퍼뜨리기 쉬운 1인 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가짜 뉴스와 자극적인 정보는 더 만연해졌습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기 어려운 시대가 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범죄와 스캔들이 대중매체를 거쳐 오락으로 여겨지는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한 영화 시카고를 보며 오늘날과의 공통점을 생각해 보고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