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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사이드 아웃 2(Inside Out 2) 내 안의 불안이 주는 메시지

by 크라운 2025. 1. 6.

1. 아홉가지 다채로운 감정

인사이드 아웃 2는 2024년 여름 개봉한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입니다. 2015년에 개봉했던 영화인 인사이드 아웃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작품에서는 주인공 '라일리'와 라일리의 내면에 존재하는 다섯 감정인 기쁨, 슬픔, 까칠, 버럭, 소심의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다섯 감정들은 기쁨과 슬픔을 중심으로 서로 갈등을 겪었습니다. 특히 라일리의 리더로서 라일리의 감정을 통솔하던 기쁨은 슬픔이라는 감정을 피하고 억눌러야 하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하지만 여러 모험을 통해 슬픔 역시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핵심 감정으로,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이 존재할 수 있다는 교훈으로 전작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후 한동안 이 다섯 감정은 원팀으로서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애씁니다. 그러나 인사이드 아웃 2에서는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라일리가 13번째 생일을 맞이하고,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불안, 따분, 부럽, 당황이라는 네 개의 감정이 새로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기쁨과 불안을 중심으로 기존 감정과 새 감정 간의 갈등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라일리는 혼란과 성격의 변화를 여러 번 겪습니다. 특히 불안이라는 감정은 평온하던 라일리의 삶을 한층 더 크게 뒤흔들어 놓습니다. 전작에서처럼, 각 감정들은 라일리를 위해서는 서로의 존재가 필수적임을 인정하고 어느 감정도 혼자서는 라일리의 심리 상태를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는 어떤 감정에 매몰되거나 특정 감정을 억누르기보단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을 전달합니다.

 

2. 불안에 대한 새로운 시각

우리는 흔히 불안을 없어져야 하는 것, 삶을 괴롭게 하는 요소로 생각합니다. 과도한 불안은 '불안장애'로 여겨지고, 병원에 방문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됩니다. 저 역시 불안이라는 감정이 라일리의 삶에 어떤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건지 의문을 갖고 영화를 보았습니다. 과연 불안은 기존의 감정들을 내쫓고, 라일리의 삶과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미래의 이익을 생각해 옛 친구들을 배신하고, 경기에서 승리하고 원하는 팀에 들어가기 위해 이기적인 행동도 여러 번 하게 됩니다. 불안이 중심 감정이 되어 행동하다 보니 우정과 추억, 양심 등 라일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중요한 핵심 신념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마지막에는 라일리를 공황 상태로 몰아넣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불안은 예상대로 스토리의 전개 속에서 발단과 갈등을 만들어내는 장본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불안의 추진력은 결과적으로 마냥 나쁜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았습니다. 라일리는 불안을 느낀 만큼 더 열심히 하키 연습을 했고, 새로운 인간관계도 다질 수 있었습니다. 궁극적으로 불안이 존재했기에 라일리가 자신의 꿈에 한발짝 더 가까워진 것입니다. 디즈니와 픽사는 이 영화를 통해 불안감이 생존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감정이며, 불안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따라 행복이 달려있음을 보여주고자 한 것 같습니다.

 

3. 픽사의 유쾌한 상상력

인사이드 아웃 1, 2에 등장한 여러 가지 공간은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라일리의 내면은 복잡하고 독특한 장소로 표현되었는데, 추상적인 관념들이 시각적으로 재미있게 잘 나타나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감정들이 라일리의 일상을 결정하는 감정 컨트롤 본부, 기억구슬을 저장하는 기억 저장소, 경험과 개성으로 만들어진 성격의 섬, 기억구슬을 사라지게 만드는 망각의 공간 등 인간의 감정이 작용하는 방식을 직관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 외에도 라일리가 말하지 못하는 비밀들이 한 공간에 갇혀 있는 표현이나, 꿈을 만들어내는 꿈 제작소 등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상상력과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들도 다양했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한 가지는 스토리의 전개가 1편과 2편 모두 비슷했다는 것입니다.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픽사 애니메이션 자체의 한계일 수는 있겠지만, 라일리나 라일리의 내면이나 갈등을 겪는 대상만 달라지고 그 흐름은 꽤 유사하게 느껴졌습니다. 미래에 후속작이 나온다면 이전 영화와 또 동일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진부해질 수 있겠다는 우려가 듭니다. 영화가 불안과 기존의 다섯 감정 간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되다 보니 따분과 당황, 부러움이 가진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은 점도 아쉬웠습니다. 물론 영화의 러닝타임 때문에 다양한 에피소드를 넣기는 어려웠겠지만,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에 비해 그들의 활약은 조금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그럼에도 자아의 성장과 우정의 가치, 화합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 훌륭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