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명품 브랜드의 화려함에 감추어진 이면
하우스 오브 구찌는 2021년에 개봉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구찌 가문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살인 사건이 영화 제작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영화는 구찌 가문의 며느리였던 패트리치아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패트리치아는 구찌 가의 후계자였던 마우리치아 구찌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됩니다. 패트리치아는 마우리치오의 부유한 환경을 알게 되자 적극적으로 그와 결혼하고자 하였습니다. 마우리치오의 아버지였던 로돌프 구찌는 패트리치아를 의심했지만, 둘의 결혼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결혼 후 패트리치아는 마우리치오가 경영권을 승계받을 수 있게끔 여러 전략을 세웁니다. 마우리치오는 야망보다는 평범하고 행복한 삶에 더 관심이 많았지만, 패트리치아의 압력에 브랜드 경영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패트리치아가 바라던 대로 로돌프 구찌 사후 마우리치오가 경영권을 이어받게 되었지만 두 사람의 갈등은 점점 깊어집니다. 마우리치오는 그녀의 물질적 욕망과 압박에 지쳤고, 결국 이혼을 요구합니다. 이에 분노한 패트리치아는 가까이 지내던 점술가의 조언에 따라 그를 암살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녀는 암살자를 고용했고, 치밀하게 계획을 진행했습니다. 1995년, 실제 사건에서처럼 마우리치오 구찌는 총을 맞고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패트리치아가 살인 교사 혐의로 체포되어 법정에 서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성공에 대한 욕망이 극심해지면 어떻게 끝을 맺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화려하고 아름다운 브랜드의 이미지 이면에 놓여 있던 가족 간의 다툼과 질투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2. 야망과 부흥의 1980년대
영화의 주된 시간적 배경은 1980년대에서 마우리치오가 죽음을 맞는 1990년대 초중반까지입니다. 영화는 야망과 혼란으로 가득했던 구찌의 상황뿐만 아니라 부의 파워를 강조하던 1980년대라는 시대적 상황 자체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우선 영화는 과감한 실루엣과 다채로운 색, 애니멀 패턴이 들어간 80년대 패션을 잘 고증했습니다. 옷에서도 나타나듯, 1980년대는 경제가 호황기를 맞이하며 화려하고 부유한 삶에 대한 욕구가 정점을 찌르던 시기였습니다. 그에 따라 명품 브랜드 제품의 수요와 몸값이 크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구찌 가문 내부에서 사업 확장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진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탐욕주의적인 가치관이 사회 전반적으로 팽배했던 것입니다.
또한 1980년대는 글로벌화라는 키워드가 떠오른 변혁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가족 경영이 갈등으로 서서히 붕괴되고, 새로운 수요 확보를 위해 미국 시장에 주목하고, 전문적인 경영인을 고용하는 구찌의 움직임은 이와 같은 새로운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처럼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는 시대적 상황을 여러 방면으로 잘 고증하여 1980년대를 낯설게 느끼는 이들조차도 물질이 곧 행복으로 여겨진 시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만듭니다.
3. 구찌의 부활
영화는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지던 명품 브랜드 구찌가 어떻게 무너지게 되었는지를 여러 과정을 통해 보여줍니다. 재정난, 가족 간의 다툼은 1990년대 초반까지 구찌가 겪은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2020년대인 지금 구찌는 여전히 명품 브랜드로서 건재하며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전문적인 경영인을 영입해 변화와 쇄신을 꾀한 데에 있다고 합니다. 특히 90년대 중반에 구찌에 들어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톰 포드는 플로럴 프린팅을 활용하는 등 여러 혁신적인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구찌를 부활시켰습니다. 디자인 뿐 아니라 마케팅과 캠페인, 매장까지 책임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능력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프리다 지아니니, 알렉산드로 미켈레 등 여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오면서, 구찌라는 브랜드는 연령대를 막론하고 환영받고 있습니다.
영화의 내용 자체는 실화 기반이기에 충분히 예측도 가능하고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뻔하게 느껴졌지만, 구찌라는 브랜드 역사는 꽤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