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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90년 전의 화려한 뮤지컬 영화

by 크라운 2025. 1. 6.

1. 노란 벽돌길과 빨간 구두

오즈의 마법사라는 영화를 본 적은 없어도, 누구나 소녀와 사자, 양철 나무꾼 허수아비가 함께 있는 이미지를 보신적이 한 번쯤 있었을 것입니다. 1939년이라는, 지금으로부터 한참 먼 90여 년 전 개봉한 이 영화는 프랭크 바움의 동화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캔자스에 살던 평범한 소녀 도로시는 회오리바람을 피해 집으로 숨었다가 집이 날아가면서 오즈라는 마법의 세계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도로시의 집은 사악한 마녀를 깔아뭉게 죽여 버렸습니다. 그러자 착한 마녀 글린다가 나타나 그녀에게 사악한 마녀의 빨간 구두를 신으라고 말하고는, 집에 돌아가고 싶다면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라고 말해줍니다.

 

노란 벽돌길을 따라 오즈의 마법사가 있는 에메랄드 시티로 향하던 도로시는 세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허수아비는 똑똑해지기 위해 지혜를, 사자는 용기를, 양철 나무꾼은 사랑을 받고자 마법사를 찾는 여정에 합류합니다. 에메랄드 시티에서 만난 오즈의 마법사는 소원을 빌기 전 먼저 사악한 서쪽 마녀부터 물리치라고 명합니다. 그래서 도로시 일행은 마녀와 대치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마녀의 강력한 힘에 밀리다가 도로시가 우연히 물을 뿌려 그녀를 죽이게 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오즈의 마법사는 힘없는 인간일 뿐이었고, 도로시에게 열기구라는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하지만 놓쳐 버리고 맙니다. 그러자 착한 마녀 글린다가 다시 등장해 빨간 구두를 통해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도로시는 집으로 돌아와 이모와 삼촌을 만납니다. '집보다 더 나은 곳은 없다'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영화가 마무리됩니다.

 

2. 혁신과 상징을 갖춘 영화

이 영화는 흑백 영화의 시대가 저물고 컬러 영화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영화계의 혁신이 또 한 번 이뤄졌음을 보여줍니다. 흑백 속 도로시가 집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다채로운 색으로 가득한 오즈의 세계가 펼쳐지는 장면은 아직까지도 환상적인 이미지로 회자됩니다. 그리고 영화 내에서 도로시가 부른 OST 'Over the Rainbow'는 전쟁과 공황 속에서 피폐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의 도로시의 대사 중 하나인 '집만 한 곳이 없다' 역시 집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떠오르게 하며 일상으로 돌아가고픈 사람들의 바람을 잘 반영했습니다. 도로시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의 모습에서도 희망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각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오즈의 마법사에게로 갔지만, 알고 보니 이미 모두가 충분히 그것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능력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이 네 인물의 우정 역시 영화에서 강조하는 핵심 가치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듯이, 이 영화를 마냥 아름답게만 볼 수만은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도로시 역을 맡은 주디 갈란드는 이 영화를 촬영하던 당시 미성년자였는데 여러 번의 정서적,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고 합니다. 1930년대만 해도 미성년자 배우에 대한 인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시기였던 것입니다. 화려한 영화 산업의 발전 뒤에는 이처럼 암울한 이면이 있었음을 꼭 기억하며 이 영화를 보아야겠습니다.

 

3. 오늘날까지 다시 되풀이되는 이야기

오즈의 마법사는 지금까지도 많은 영상 콘텐츠 제작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날 마법의 세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바로 노란 벽돌과 초록빛의 에메랄드 시티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 도로시의 파란 체크 원피스와 양갈래 헤어스타일은 전형적인 소녀의 이미지로 굳어졌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위키드 역시 원작 소설과 이 영화에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사악한 서쪽 마녀가 위키드의 주인공 엘파바로 그려집니다. 그만큼 오즈의 마법사 속 영상미와 아이디어가 뛰어났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1930년대 특유의 편집이나 효과, 전개 등은 오늘날의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하면 지루하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안정과 평화를 꿈꾸고 개개인의 힘에 주목하는 핵심 메시지가 주는 감동은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까지도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도로시의 이야기는 여러 번 변주되며 새로운 재미를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