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환경오염로 점철된 미래를 경고하다
2008년 개봉한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월-E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바로 지나친 개발과 소비로 황폐화된 지구의 모습입니다. 이 시기에도 인간은 존재했지만, 모두가 우주선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지구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래 세대의 인간들은 편안한 삶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체형마저 변해버렸습니다. 영화 초중반 내내 그들에게는 지구라는 땅을 바꿀 힘도 의지도 없어보였습니다. 이 모습은 현재의 우리에게 환경보호를 위한 작은 노력이라도 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디스토피아에서 보여주는 월-E의 행동은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합니다. 쓰레기를 청소하는 로봇인 월-E는 감당 불가능한 쓰레기들을 묵묵히 청소합니다. 그 많고 많은 쓰레기들 속에서 아름다운 물건들을 발견해 아지트를 꾸미기도 합니다. 이는 물질만능주의로 차 있는 오늘날의 인류에게 소박하지만 가치 있는 경험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어느 날 월-E는 새싹을 발견하고, 이것을 소중하게 보관합니다. 이 새싹이 바로 지구와 인간성을 회복하는 단초가 되었지요. 환경오염을 해결하는 것은 크고 위대한 기술이기 보다는 작은 인식 변화와 실천임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2. 언제나 이기는 것은 사랑이다
또 한가지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월-E와 이브의 사랑입니다. 일반적으로 로봇 하면 딱딱하고 비인간적인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둘 다 인공지능이었는지 서로에게 반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놀랍게도 둘은 황량한 지구에서도 추억을 만들어갑니다. 이 모습은 계산적인 사랑, 물질에 의존한 사랑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교훈을 줍니다. 두 로봇의 순수한 마음과 헌신은 궁극적으로 지구를 구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사랑은 단순한 연애감정만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월-E가 제시하는 핵심 가치는 생명력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애정과 연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월-E와 이브 덕분에 각성한 미래의 인류는 그동안 이름도 얼굴도 몰랐던 타인의 존재를 깨닫고, 돕기 시작합니다. 로봇과 인간도 서로를 신뢰하며 상생합니다. 이는 서로 이질적인 존재임에도 충분히 공감과 연대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3. 과학기술의 두 얼굴
월-E에서의 과학기술은 두 가지 얼굴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선 과학 기술의 빛은, 월-E나 이브 같은 로봇이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로봇들은 순수한 인간성을 빼닮았고, 가치와 낭만 있는 삶을 즐기는 존재입니다. 물론 로봇 중에서도 인간을 더욱 더 쾌락과 물질 위주의 삶으로 몰아넣고 궁극적으로 자신들이 우주선마저 지배하려는 악한 존재들도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선역도 악역도 로봇이 맡고 있지요. 인간은 자신들이 만든 기술 하에서 무력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어머니 지구에서 태어난 인간이 깨어나지 않았더라면 지구를 원상태로 되돌리기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월-E의 마지막 장면 역시 지구를 파괴하는 것도, 되살리는 것도 인간의 손에 달려 있음을 시사하고 있지요.
기술의 어두운 면은 영화 전반에서 드러납니다. 수많은 쓰레기의 양산은 건물 대신 쓰레기 탑을 만들어냈습니다. 우주선 속 사람들은 걷는 방법도 잊고 탈것에만 의존합니다. 이들의 눈은 스크린에, 입은 패스트푸드에, 손은 키보드에 머물러 있습니다. 귀엽고 단순한 3D 그래픽임에도 이러한 미래상은 꽤 섬뜩하게 보였습니다. 어찌 되었건, 픽사는 영화를 통해 기술을 어떤 방향으로 사용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하였습니다.
4.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영화, Wall-E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가 봐야 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주인공 월-E와 이브의 귀여운 캐릭터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이들이 오늘날까지 상품과 굿즈로 만들어지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가는 심오한 메시지에 있다고 봅니다. 안일하게 생각하다 보면, 언젠가는 영화 속 암울한 디스토피아가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경고는 우리를 각성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만물에 대한 순수한 사랑임을 여러 은유를 통해 강조합니다. 오락성, 상업성을 갖추었으면서도 강력한 울림을 주는 애니메이션 영화, 월-E를 꼭 한번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