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억의 중요한 가치
영화 코코는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멕시코의 전통인 망자를 기리는 날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주인공 미겔은 음악을 좋아하는 소년으로, 훗날 음악가가 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미겔의 집안에서는 오래 전 음악과 관련하여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음악가가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망자의 날, 미겔은 자신이 존경하던 음악가 데 라 크루즈의 기타를 우연히 연주해 보았고, 죽은 자들의 땅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 곳은 이미 죽은 사람들이 지내는 공간으로, 밝고 화려한 세계였습니다. 그러나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기억될 때에만 이곳에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매년 이들은 망자의 날이 되면 이승의 가족들을 보러 묘지를 방문해오고 있었습니다. 미겔은 죽은 자들의 땅에서 세상을 떠났던 가족들과 재회합니다. 그러나 증조할머니 이멜다는 특히 음악을 혐오하여 미겔에게 음악가의 꿈을 포기하라며 갈등을 빚습니다. 이에 미겔은 데 라 크루즈를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그러다가 중간에 헥터라는 죽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둘은 여정 중에 새로운 비밀을 알게 됩니다. 헥터는 미겔의 증조할아버지였으며, 데 라 크루즈에 의해 독살당하고 음악도 빼앗겼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헥터의 아내이자 미겔의 증조할머니였던 이멜다는 헥터가 음악에 빠져 가족을 버린 것으로 오해하였고, 그 결과 음악을 싫어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미겔은 이멜다에게 진실을 알리고 자신의 증조할머니와 증조할아버지를 화해시킵니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와 자신의 할머니이자 헥터와 이멜다의 딸인 코코에게 헥터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킵니다. 이때 헥터가 코코를 위해 작곡한 노래 'Remember Me'가 모든 가족들을 연결하는 동시에 기억의 가치를 관객들에게 전달합니다.
2. 가족, 음악, 꿈
이 영화의 핵심 요소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음악이 주는 마법 같은 경험, 꿈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부 디즈니와 픽사에서 자주 보여주는 메시지입니다. 영화 코코에서 이러한 삼요소는 따뜻하게 전달됩니다. 전달이 작위적이거나 주입되지도 않았고, 자연스럽게 스토리 속에 녹아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연령대가 보는 애니메이션에 죽음이라는 소재를 사용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죽음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는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의 언급은 터부시되는 편입니다. 그러나 영화 코코는 과감하게 죽음을 스토리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로 삼았고, 이를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끔 멕시코의 망자의 날 축제를 배경으로 선택하였습니다. 선명한 원색 위주의 색상, 해골 형태이지만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죽은 사람들의 캐릭터 등은 죽음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낮추어 줍니다.
다른 애니메이션과 달리 이 영화는 끝까지 '기억'을 강조합니다. 죽음으로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없게 되었더라도, 기억이 있고 이 기억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면 얼마든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 내에서는 직관적인 방법으로 기억의 중요성이 표현됩니다. 이승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죽은 자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는 더 이상 죽은 사람들의 세계에 머물지 못하고 소멸됩니다. 죽음 속에 또 죽음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 묘하게 아이러니한 느낌이 들지만, 기억이 왜 소중한지 어린 아이들에게는 잘 와닿는 설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3.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멕시코 문화
영화는 실재하는 멕시코의 죽음 관련 문화를 핵심 소재로 삼았습니다. 망자의 날은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진행되며, 멕시코에선 죽은 사람들이 이 짧은 기간 내에 이승에 있는 가족을 방문한다고 여깁니다. 사람들은 코코에도 등장하는 제단을 만들어 죽은 자들을 기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해골이 곳곳에 장식되는데, 밝은 분위기 때문에 전혀 공포스럽지 않고, 다채로운 문양과 그림으로 꾸며져 익살스럽게 느껴집니다. 멕시코의 사람들은 죽음과 생을 나누어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들에게 죽음은 영원한 끝이 아니라 다음 단계, 즉 순환의 일부일 뿐입니다. 기억하면 충분히 연결될 수 있고, 죽으면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이들을 보며 한국의 죽음 문화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국내에서는 고인에 대한 예의를 상당히 중시합니다. 멕시코의 화려하고 장식적인 옷이 아닌 검고 수수한 복장으로 망자를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흰 국화와 영정사진으로 죽은 이를 기립니다. 죽음이 삶과 별개의 것인지, 연장선인지에 대한 생각은 개인의 종교와 사상에 따라 달라지는 듯합니다. 비록 방법은 다르지만, 멕시코에서나 한국에서나 죽은 자를 기억하고 기리는 마음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